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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내일, 어제의 너와 만난다.


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.
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, 내가 춘추복을 입고 있었고 2학기였던 것 같다.
시험기간이었다.
그래서 등교하는 길에 열심히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.
항상 나는 염창역에서 급행을 타고 가양역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었다.
그날도 똑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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딱 한 가지 빼고.
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고 있었는데,
왼쪽편의 내려가는 방향 에스컬레이터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.
그리고 외로이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.
출근/등교 시간대라 사람이 많았는데도
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처량하게, 큰 소리로 울었다.
하이힐은 그녀의 부드러운 발을 감싸지 않고
딱딱한 바닥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.
청소부 아주머니가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. 아마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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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하철을 놓쳐서 그런 건지, 실수로 발을 잘못 디뎌서 넘어진 건지
왜 울고 있는지 도무지 감이 안 왔다.
이런 생각마저도 몇 초 잠깐 했을 뿐, 
곧 시험을 봐야 해서 문제집에 집중했다.
얼른 학교로 가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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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찰나의 순간이
6년이 지난 지금에도 또렷이 기억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.
다만
아침 7시쯤에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에서
하염없이 울고 있었던 그녀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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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는 얘기하는 걸 좋아했다.
그게 카톡이든 전화든 직접 만났을 때든...
나는 여태껏 절친들과도 1년에 한두 번 전화할 만큼
타인과 연락하는 걸 자주 하지 않았다.
그녀는 신 걸 좋아했다.
데이트할 때마다 새콤달콤이나 젤리 같은 걸 항상 먹었다.
나는 신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
그녀가 먹여주는 신 젤리는 무엇보다 달달했다.
그녀는 노출 있는 옷을 싫어했다.
그런데도 나를 위해 섹시한 옷을 입고 와줬었는데
나는 그녀에게 그냥 그렇다고 했다.
그녀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이었다.
나보다 어른스러웠고, 이해심 많으며 항상 나를 배려해줬다.
나는 그녀에게 부족한 남자친구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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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월이었지만 한겨울 같았다.
오후 6시 46분.
그녀에게 장문의 카톡이 왔었다.
머리속이 까매지고
숨이 헐떡거렸다.
당장 전화를 걸며 집 밖을 나섰다.
그녀는 받지 않았다.
나는 더 빨리 뛰어갔다.
버스를 타고, 당산역에 내려 2호선을 탔다.
내가 그렇게 빨리 뛰어가며 카톡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처음 알았다.
읽지 않는다.
다시 그녀에게 전화했다.
그때가 동대문역이었다.
계속 빌었다.
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
내가 앞으로 잘할 테니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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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지막이 그녀는 미안하다고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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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근 시간대였다.
사람이 굉장히 많았다.
동대문은 환승역이라 더욱이 많았다.
그럼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
큰 눈물방울을 흘리며 하염없이 울었다.
큰 소리를 내면서, 6년 전 그녀와 똑같은 모습으로.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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